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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이 글은 동인문학상 2021년 1월 독회로 나간 글이다. 조선일보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도 싣는다. ▶ 감회 동인문학상의 대대적 개편 원년부터 심사위원직을 맡으셨던 김화영 선생께서 지난 해를 마지막으로 퇴진하신다고 한다. 20년 이상 가까이 모시면서 동고동락했던 사람으로서 개인적인 감회가 없을 수 없다. 김화영 선생님은 노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달의 독회에 가장 열성적으로 작품을 읽어 오시고 당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셨으니, 저와 같은 후학에게는 한결같은 자극이자 비평적 모범이 되어주셨다. 때문에 지근거리에 계신다는 사실 자체가 기쁨이자 축복이었는데, 아마도 더 큰 목표가 있어서 매달 수다한 책들을 읽고 의견을 피력해야 하는 노역을 벗어나기로 결심하신 듯하다. 사정이 그렇다면 별 수없이 자유..
※ 이 글은 오늘(2020년 10월 19일) 발표된 제 51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선정이유서이다. 조선일보의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이곳에도 싣는다. 러시아 한인 강제 이주사를 다루고 있는 김숨의 『떠도는 땅』은 요령부득이고 불가항력이며 속절없었던, 20세기 한국인의 가혹한 수난을 바투 뒤쫒는다. 거기엔 이유도 없고 진실도 없다. 오로지 명령과 기차만이 있을 뿐이다. 사고가 나지 않는 한 결코 멈추지 않을 일방성의 운명만이. 이 열차 속에선 모든 것을 박탈당한 채 생존 본능이 겨우 꼬무락거리는 약소민의 신음이 중구난방으로 새어나온다. 그들의 신음은 함께 내뱉는 웅절거림이자 제각각의 할딱거림이다. 작가의 치밀한 묘사는 집단적 운명과 개인적 대응들의 어긋남 쪽으로 비극을 이동시키며, ..
편혜영의 『저녁의 구애』가 올해 동인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작가로서는 이 결정이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그는 등단 이후 꽤 오랫동안 주목을 받지 못한 채로, 고독한 행군을 이어 왔다. 그러다가 요 몇 년 사이에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고 그 리듬이 가속되는 상태에서 동인상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아래는 동인문학상 수상작 선정 이유서이다. “편혜영의 소설이 현대사회의 익명성과 인간 소외에 대해 고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익숙한 주제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가 택한 행로를 초군초군 헤쳐 나갔다. 그리고 『저녁의 구애』에 이르러 마침내 그만의 시각과 어조로 그 주제를 완전히 환골탈태하였다. 무엇보다도 군더더기 없는 플로베르적인 절제로 최대의 소설적 경제를 이끌어내었다. 그 대가로 그의 작품들은 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