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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의 『떠도는 땅』

비평쟁이 괴리 2020. 10. 19. 11:29

이 글은 오늘(20201019) 발표된 제 51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선정이유서이다.

조선일보의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이곳에도 싣는다.

 

러시아 한인 강제 이주사를 다루고 있는 김숨의 떠도는 땅은 요령부득이고 불가항력이며 속절없었던, 20세기 한국인의 가혹한 수난을 바투 뒤쫒는다. 거기엔 이유도 없고 진실도 없다. 오로지 명령과 기차만이 있을 뿐이다. 사고가 나지 않는 한 결코 멈추지 않을 일방성의 운명만이. 이 열차 속에선 모든 것을 박탈당한 채 생존 본능이 겨우 꼬무락거리는 약소민의 신음이 중구난방으로 새어나온다. 그들의 신음은 함께 내뱉는 웅절거림이자 제각각의 할딱거림이다. 작가의 치밀한 묘사는 집단적 운명과 개인적 대응들의 어긋남 쪽으로 비극을 이동시키며, 이 비극의 이행이야말로 작품을 동뜨게 하는 요인이다. 죽음과 탈진만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난은 그것을 치러내는 자들에 의해 움직인다. 그로부터 부당한 운명을 부인하며 분발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태어난다. 이데올로기의 언어에 대항해 삶의 노래가 숨결을 고른다. 옛 시인을 빌리자면, “어둔 밤 말 없는 돌을 안고서 피울음을 울어도 설움은 풀릴 것”(이상화)이라. 독자의 눈길은 작품을 넘어 생존의 드라마를 상상한다. 까닭모를 벌을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죄의 성채를 만들어 깨뜨리는 것이다. 작가가 전하는 통찰이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

 

일방성의 운명만이다음의 문장 부호는 마침표이다. 쉼표로 오타가 난 것을 모르고 신문사에 보냈나 보다. 쉼표로 읽으면 두 절이 어울리지 않고, 호흡이 이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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