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2017년 '팔봉비평상' 심사평 본문

심사평, 추천사 등

2017년 '팔봉비평상' 심사평

비평쟁이 괴리 2022. 12. 10. 18:38

조재룡의 한 줌의 시, 권성우의 비평의 고독, 장경렬의 예지와 무지 사이, 김형중의 후르비네크의 혀가 최종적으로 논의되었다. 네 권의 비평집이 모두 튼튼한 이론적 토대와 섬세한 비평적 감식안을 겸비하고 있었다. 특히 오늘날 한국 비평의 고질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외국이론의 무분별한 남용의 위험을 벗어나 있는 고급한 비평집들이었다. 그만큼 한 권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았다.

조재룡씨의 평론에서는 고통과 상처의 말을 품고 진리의 세계에 다가가고자 하는 비평가의 열정이 돋보였다. 다만 열정이 과도하여 세상의 모든 시를 끌어 안고자 하는 의지가 자칫 시적 가치들의 분별을 소홀히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권성우씨의 평론에서는 비평가의 자의식이 강렬하게 드러나고 있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애정과 칭찬 못지않게 균형 있는 비판과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되새겨져야 할 것이다. 이 윤리적 태도가 텍스트에 대한 섬세한 공감에까지 이른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장경렬씨의 평론은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비평이론들을 알기 쉽게 풀이하면서 그것을 인생에 대한 통찰에까지 잇는 솜씨를 갖췄다. 한국문학의 여러 영역에 대한 폭넓은 관심도 좋은 덕목이라 할 것이다. 김형중씨의 비평은 정교한 이론적 세공을 통해 텍스트의 심부로 접근하여 썩 깊은 음미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비평적 태도가 현실과 문학 사이의 치열한 긴장을 느끼게 하면서 문학 작품이 있어야 할 이유를 체감케 하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장경렬씨와 김형중씨의 평론집을 두고 한참 대화하였고, 김형중씨의 후르비네크의 혀를 뽑기로 합의하였다. 문학 작품을 읽는 일의 황홀감과 비장함을 절실한 생체험으로 표출한 글의 힘이 특별한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축하를 보내며 다른 책들 역시 한국문학의 소중한 이정표임을 새기고자 한다. (김주연, 오생근, 김인환, 정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