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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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추천사 등

2011년 '일민문화상' 심사평

비평쟁이 괴리 2022. 12. 8. 08:10

일민문화상은 한국문화 전반에 걸쳐서 괄목할만한 업적을 낳은 분 혹은 단체를 기리는 상이다. 올해의 심사위원단은 무엇보다도 하신 일에 합당해야 할 명성에 그늘이 드리워진 분이나 단체는 없는지, 혹은 거꾸로 하신 일이 너무나 밝게 드러나 자칫 무심함 속에 방치되어 있는 분이나 단체는 없는지, 살피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일민문화상의 이름에 맞춤한 두 명의 후보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이미지의 소통과 공감을 취지로 일상의 낱낱에 이미지 예술의 아름다움을 구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실천해 온 대안교육과 작가활동의 문화예술공동체이다. 1999년부터 시작해 오늘까지 비약적으로 성장한 이 학교는 무엇보다도 일러스트레이션에 대한 무지에 가까운 한국적 인지 상황을 타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점에 주목을 받았다. 더 나아가 인문적 소양과 조형적 기초를 바탕으로” “삶과 그림이 하나된, 미적 가치의 매력을 추구함으로써 한국 일러스트레이션을 정신적으로 풍요로우면서도 보기에 아름다운 고도의 미적 경지로 끌어올리는 데 힘을 쏟았으며, 그 결과로 2004년 이후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잇달아 주목을 받았고 2010년에는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다는 점, 그리고 학교 운영을 통해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여 한국 일러스트레이션의 기반을 튼튼히 다졌다는 점 등도 소중한 업적들로 인정을 받기에 충분했다.

다른 한편 간송미술관의 최완수 선생은, 한국 미술사에 대한 이해를 격상시키고 그러한 이해 수준의 대중적 보급을 위해 평생을 바쳐 온 분이다. 김원룡·황수영·진홍섭 세 분이 한국의 미술사학에 실증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온갖 역경을 헤쳐 온 분들이라면, 최완수 선생은 그분들의 정신을 이으면서도 자신 만의 길을 개척하여, 한국의 미술문화의 유산을 미적으로 조명하는 데에 결정적인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였고, 그 위에서, 불교 미술, 서예 및 서화, 민간 공예 등 모든 종류의 한국 미술문화의 자료들에 대해 그 미학적 구성과 흐름, 그리고 오늘날에 있어서의 전통예술의 가치를 조명하는 방대한 업적을 쌓았다. 게다가 최완수 선생은 상아탑에 머무르지 않고 대중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미술관을 자신의 작업 장소로 선택함으로써 수많은 대중 강연과 일상적 대화들을 통해, 한국의 보통 사람들의 한국미술에 대한 이해를 선양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의 평균적 심미안을 드높이는 데 크게 기여를 하였으니, 이러한 그이의 공로는 최완수 선생을 미술사학계의 독보적인 존재로서 부각시키는 결정적인 근거로 작용하였다.

심사위원단은 두 후보가 모두 일민문화상을 수상하는 데 조금도 모자람이 없다는 것을 되풀이해 확인하면서 장시간의 토론에 들어갔다. 장시간에 걸쳐 갑론을박의 자욱한 미궁 속에서 모색을 거듭한 결과, 평생의 사업을 올곧게 일구어오신 분에게 상이 돌아가는 게 좀 더 합당하는 결론에 도달하여, 최완수 선생을 올해의 일민문화상 수상자로 결정하였다.

일민문화상 수상이 최완수 선생의 일생의 역정을 위로하는 작은 기쁨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또한 그이가 기획하고 있는 추사 김정희 선생에 대한 미학적 조명 및 조선 왕릉 석물에 관한 실증적 정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 한국미술사의 이해를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