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조해진의 『천사들의 도시』 본문

울림의 글/소설읽기

조해진의 『천사들의 도시』

비평쟁이 괴리 2011. 8. 13. 22:29

천사들의 도시(민음사, 2008)를 통해서 조해진이라는 소설가를 처음 알았고, 그리고 매우 놀랐다. 그는 문체가 무엇인지를 알면서 쓰고 있다. 한국 소설이 리얼리즘의 족쇄에서 해방된 이래 반짝이는 개성적 문체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작가들은 아직도 문체를 수사적 장식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일종의 언어 인테리어라고 할까. 반면 조해진의 문체는 소설적 정황 그 자체다. 그의 문체는, 아도르노가 형식은 침전된 내용이라고 말했을 때와 거의 같은 의미로, 침전된 의식이다. 그로부터 두 가지 조해진적 풍경이 나타난다. 하나는 지극히 절제된 언어의 풍경이다. 언어가 말하기보다는 침묵이 차라리 말한다. 다른 하나는, 앞의 것과 연관된 것으로서, 말과 침묵과 노래와 사색이 각각 별도의 음자리를 구성하면서 특정한 화성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화성은 이번 소설집에 한해서 말하자면 매우 허무하고 쓸쓸하다. 독자가 느끼는 것은 허무하고 쓸쓸하다는 감정이라기보다는 허공에 퍼져 오르는 그것들의 울림이다. 좋은 소설가를 만나서 반갑다.

[부기] 조해진 소설의 이채로움을 내게 먼저 알려준 이는 오정희 선생이다. 오정희 선생은 오정희 선생이다. (2009.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