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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회 (2013년) 이한열 문학상 소설 부문 심사평 본문

심사평, 추천사 등

제 18회 (2013년) 이한열 문학상 소설 부문 심사평

비평쟁이 괴리 2022. 12. 5. 08:34

김상균, 김태우, 성시룡, 신상철, 안상원, 양재기, 오주훈, 이석형, 이재익, 이준혁은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문장이 부정확하거나 신변잡기에 머물거나 구성의 비례가 불균형을 이루거나 사건이 억지스러운 결점들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송다금의 기억을 잃은 세상은 과학소설의 형식을 통해 기억 조작의 욕망을 보편 심리의 차원에서부터 사회적 범죄의 차원에까지 넓은 스펙트럼 위에 조명하였다. 하지만 핵심 사건 둘의 관계가 그럴듯하지 못해 실감을 떨어뜨렸다. 김동규의 모든 것의 붕괴는 청소년 마약을 다룬 소설이다. 마약으로 인해 벌어진 엽기적인 사고의 과정을 아주 생생하게 묘사하였다. 과장된 인물들의 태도 및 행위가 사회 비판보다는 흥미를 자극하는 성격이 짙은 게 흠이었다. 김지우의 그의 별명은 명명 행위가 가진 힘과 그에 대한 사람들의 환상을 적절한 소재와 사건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풀어나갔다. 앞의 소설처럼 행동들이 약간 과장되었지만 그 희극성이 풍자의 효과를 가지고 있었기에 충분히 관여적이었다. 다만 이러한 심리 비판이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한 성찰을 차단하지는 않았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김희철의 초상은 다른 삶을 살아왔으나 똑같이 조락을 맞이한 두 친구의 만남을 통해 사회적 소수자들의 운명적인 비애와 삶의 덧없음을 애잔하게 환기시킨 소설이다. 진지한 주제를 흥미로운 착상과 균형 잡힌 구성을 통해 설득력있게 끌고 나갔다. 다만 문장이 거칠고 오자도 있었다는 건 좀 더 조탁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가리킨다. 김희철의 초상을 당선작으로 뽑는다. 탈락한 사람들도 잠재력이 충분하니 정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