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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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

오늘의 썰렁담 2021.03.31.-04.09

비평쟁이 괴리 2021. 4. 10. 10:20

최근에 발간된 어떤 잡지의 표지에 미국 분열 이후의 세계, 어떻게 대응할까라는 글귀가 특집 제목으로 실려 있다. 무슨 말인가 궁금해서 서문을 뒤졌더니, “이번호 특집은 미국의 심각한 분열과 미중 간의 치열한 전략경쟁으로 말미암은 세계질서의 변동 양상을 진단하고 이에 걸맞은 우리의 대응 방향을 탐색하는 글들로 꾸렸다라고 쓰고 있다. 이 설명은 궁금증을 더 키운다. “미국의 심각한 분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일련의 해프닝을 가리키는 것인가? 아니면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재발했나? 아니면 그랬으면 하는 소망의 촌철살인적표현인가?

악수신기전(惡手神機箭)

괴리씨는 바둑을 모르지만, “장고 끝에 악수라는 말은 많이 들어서 기억하고 있다. 최근의 어느 장소에서는 장고라기보다는 수를 낼 때마다 악수가 되어서, 악수들이 서로 악수하고 있는 꼴이 겹치고 덮쳐서, 덜 탄 욕망들이 내뿜는 연기와 악취로 뿌옇다. 그게 아니면 악수를 다발로 쏟아내는 기관단총을 들여온 건지.

 

시 한 대목 인용이 유행이 된 세상

정치가들이 사건이 있을 때마다 시를 통해 소회를 피력하는 일들이 잦아지고 있다. 이이들이 언제부터 시를 이렇게 열심히 읽으셨나? 하는 물음에서부터 어떻게 시를 접하지? 어떤 식으로 감상하지? 하는 데에 이르는 궁금증들이 한둘이 아니다.

어찌 됐든, 자주 되풀이 해 생각나는 건, 가냘프고 짠한 담쟁이에 올라타는 거 그만 하시고, 이런 난해한 시도 좀 읽어 보시면 어떤가?, 이다.

 

풍경이 풍경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곰팡이 곰팡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여름이 여름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속도가 속도를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졸렬과 수치가 그들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고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김수영,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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