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오늘의 썰렁담 2021.01.09. 본문

단장

오늘의 썰렁담 2021.01.09.

비평쟁이 괴리 2021. 1. 11. 00:38

새해가 밝았다. 눈도 많이 왔다. 불행하게도 이 눈은 바둑이의 눈도 아니고 김수영의 눈도 아니다. 설국은 아예 목구멍 밑에 쭈그리고 앉아 감히 나올 엄두를 못낸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이 눈은 솔제니친의 수용소군도에서 지나치리만치 요약적으로 묘사된, 변덕스런 어느 봄날의, “적대적인 회오리 바람이 검은 구름장으로부터 회백질의 눈발들을 뿜어내어, 수인들의 얼굴과, , 다리 등을 가리지 않고 마구 회초리질 하면서, 외투와 양말을 선득한 축축함으로 젖게 하던”(Alexandre Soljénitsyne, L'archipel du Goulag 1 - tome 4 des œuvres complètes, Paris: Fayard, 1973, epub verseion) 그런 눈, 아무런 까닭도 목표도 비치는 게 없이, 사이코패스의 무심한 표정으로 저의 잔혹함을 방앗간의 피댓줄처럼 기계적으로 실행하는 그런 눈이다.

 

조금 전에 읽은 다음 문장은, 이런 신년(腎年)에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나에게 본능은 무의식적 완전에 속한다네. [그래서] 내 그림은 의식된 불완전들로 생동하지. 나는 오로지, 내가 다른 것에 대한 신뢰를 곧바로 갖지 못하고 어떤 경우에도 그림이 무엇인지 혹은 무엇이 아닌지 나 자신이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래서 그리기에 앞서서 신기한 확정개념들을 만드는 짓을 할 줄 모르기 때문에, 내 안에 신뢰를 갖는다네. - 니콜라 드 스탈 Nicolas de Staë̈l, “장 아드리앙에게 보내는 편지” 19453. in Guitemie Maldonado, Nicolas de Staël, Paris: Éditions Citadelles & Mazenod, 2015, p.27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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