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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

오늘의 썰렁담 2020.11.29

비평쟁이 괴리 2020. 11. 29. 22:16

코로나 다음은 세균이리.

어느 지인이 보내준 글을 읽다가, 이야말로 내로남불에 대한 가장 정확한 정의라 생각이 되었다.

 

어느 짐승도 제 똥 눈 자리에 누워 자지는 않는데, 이 사람들은 똥을 치울 줄을 모르고 그 속에서 사니 웬일인가? 본성을 뺏기고 갇혀 사는 돼지가 그런 것같이, 이 사람들도 그럼 갇혀서 제 본성을 빼앗겼나? 그럼 동물도 다 하는 똥 멀리하는 본성을 뺏기고, 똥 속에 딩굴어 살림을 멍청하게끔, 이 백성을 짓밟고 가둔 것은 어떤 놈인가? / 제 동무 잡아먹는 짐승이라 그러지만, 사실은 동물은 제 동무 먹는 일은 퍽 드물다. 마지 못할 경우에 뿐이요, 그것이 살아가는 원 틀은 아니다. 그런데 사람은 도리어 전쟁이 살아가는 일의 원 틀인 것같이 아는 자가 많으니 웬일인가? 이상에 불타는 젊은이를 잡아다가 제 동무를 서로 죽인 일을 자랑으로 뽐낼 이만큼 인간성을 잃도록 만든 것은 어떤 놈인가? (함석헌, 「전쟁과 똥」[1956.06]) (『전집』 제 20권에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맞춤법은 고치지 않고 그냥 두었다.)

 

내로남불에 맞추어 읽으면, “짐승도 제가 눈 똥 속에서 뒹굴지는 않는다”, 가 주요 전언이다. 그러니까, 지금, 이곳의 여러 사람들이 잃은 건 인간성’이 아니라, ‘생명의 본성이다.

정현종 선생의 다음 시가 생각난다.

 

개들은 말한다

나쁜 개를 보면 말한다

저런 사람 같은 놈.

이리들은 여우들은 뱀들은

말한다 지네 동족이 나쁘면

저런 사람 같으니라구.

 

한국산 호랑이가 멸종된 건

개와 이리와 여우들 탓이 아니지 않은가.

한국산 호랑이의 멸종은

전설의 멸종

깨끗한 힘의 멸종

용기의 멸종과 더불어 진행된 게 아닌가.

날[生] 기운의 감소

착한 의지의 감소

제정신의 감소와 더불어 진행된 게 아닌가.

한국산 호랑이의 멸종은 하여간

개와 이리와 여우들 탓은 아니지 않은가.

「개들은 말한다」(『세상의 나무들』, 1995)

 

개야, 이리야, 여우야, 그리고 돼지야.

사람은 왜 이리 작으냐! 좀팽이처럼.

...............

아니다. 좀팽이도 사람보단 낫다.

 

첨부된 그림은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Belle heaumière 아리따웠던 투구장수 아낙이다. 그의 걸작 지옥의 문 La Porte de l'Enfer의 왼쪽 기둥에 있다. 제목은 15세기의 시인 프랑수아 비용François Villon투구장수 아낙이 노래하는 한탄가 Ballade de la Belle Heaumière」(한국어 제목은 송면 선생이 하신 것을 그대로 따랐다)에서 따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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