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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이듬의 미국에서의 문학상 수상 소식

비평쟁이 괴리 2020. 10. 21. 13:30

시인 김이듬이 미국에서 두 개의 상을 동시에 수상했다고 언론이 전한다. 축하할 일이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시는 세계의 독서인들이 기꺼이 애호할 역동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런 점에서 김이듬 시인의 수상은 어쩌면 자연스런 맞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한국문학에 대한 세계인의 인지도를 감안한다면 놀랍고 기쁜 일이라고 해야 마땅할 것이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스웨덴 한림원이 미국 시인을 선택한 것보다 미국 문인들이 한국시인을 선택한 것이 더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나는 믿는다. 북구에서 날아온 올해의 소식이 납득이 영 되질 않는 데다가 결국 유럽과 미주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그쪽 취향에 공연히 심사가 틀려 코 풀 듯이 뱉는 푸념이다. 남의 잔치에 토를 다는 것만큼 촌스런 일도 없다는 걸 뻔히 아는 바이고, 내가 여기서 재채기를 한들 위쪽에 사시는 분의 바지 밑단 쯤에라도 튈 리 없다는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인데도 마음 속에 뭔가가 자꾸 나를 쏘색인다.

에잇, 주책이다. 그건 그렇고 히스테리아(문학과지성사, 2014)에서 시인이

 

눈을 뜨네

나는 아우라가 사라지네

운전기사 쪽으로 굴러가는 푸른

아오리 가망 없는 도망 (「아우라보다 아오리」)

 

이라고 쓴 적이 있는데, 이제 아우라가 돌아온 기분을 만끽하려나?

나에게 느낌이 진하게 온 시는

 

눈 뜨자마자 죽은 아기가 있었지

눈을 뜨는 바람에 나는 고유한 걸 잃어버린 것 같아

우물쭈물하는 사이

검표원이 나를쏘아보고

사랑에 눈뜨기 전에 돈맛에 완전히 눈뜬 소녀처럼

나는 웃었지 어디든

어슴푸레한 개찰구를 빠져나가자마자 나는

현지 화폐로 바뀌는 것 같아

 

로 끝나는 눈뜨자마자였던 걸로 기억한다. 개인적으론 잘 모르는 분이지만, 요즘 유행하는 말버릇으로, “아무튼 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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