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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아래 글은 '동인문학상' 제 55회 두번째 독회에 대한 결과로서의 독회평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올린다. 안보윤의 『밤은 내가 가질게』(문학동네, 2023.11)에 묘사된 인물들은 보통 사람들인데, 사람들에게 가정되는 일반적인 속성이 박탈된 상태로 드러난다. 그것을 암시적으로 드러내는 게, 본명 대신 특정한 약어로 불린다는 것이다. 이 약어들은 인물의 삶의 어떤 실제적인 계기와 연결된 소재들 중에서 우발적으로 선택된 호칭들이다. 그들은 ‘후두티’거나 ‘나무’ 혹은 ‘나무반’이다. 그러나 실제 이 우발적으로 선택된 호칭들은 인물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게 아니다. 인물들은 다들 저마다 고유한 이름을 가지고 있고, 그런 이름 하에 자신을 인식한다. 그럼에도 ..
※ 아래 글은 '동인문학상' 제 55회 두번째 독회에 대한 결과로서의 독회평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올린다. 이주혜의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창비, 2023.11)은 현재 가족의 사건으로 인해 야기된 정신적 질환을 ‘일기 쓰기’를 통해서 치유하는 한 여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분노의 감정이 밤송이처럼 껍질을 뚫고 솟아나는 현재의 사건은 금세 뒤로 숨고, ‘일기’의 형식으로 인물의 지난 세월을 차분히 회상하는 과정이 매우 솔직하게 그려져 있다. 그 솔직함으로 이 소설은 1980년대에 성장기를 보낸 사람들의 사회적 환경과 정신적 정향을 추적할 수 있는 역사적 자료로 충분히 쓰일만하다. 이 소설은 문학의 기능에 관한 진지한 질문을 제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