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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이 글은 2020년 8월 동인문학상 독회에 제출된 의견의 ‘전반적 인상’ 부분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도 싣는다. 구성에 약간의 변형이 있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서 사적 경향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여기에 소통이 없는 건 아니다. 작가들이 소통을 거부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더 진실한 소통을 원한다. 그러니까 이들이 제기하는 것은 ‘어떤 소통이어야 하는가?’라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에 민주화와 정보화가 시작되면서 당시의 작가들, 성평등주의자들, 반차별주의자들이 공적 담론의 ‘큰 이야기’에 대항해 ‘작은 이야기’를 들고 나왔을 때에도 그 무의식적 의도는 사실상 같았다. 하지만 30년의 세월이 흘러가면서 그 의..
* 아래 글은 '동인문학상' 7월 독회에 제출된 나의 의견이다. 조선일보의 홈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다. 조선일보의 양해를 얻어 여기에도 싣는다. 세상이 어찌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 건지 젊은 소설가들의 감각이 쉬 와 닿지 않는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술 한 잔 하겠느냐”고 말을 건네는 사귐법은 아주 낯설다. 생활이 문란한 연예인을 두고 “완전 난봉꾼이라니까요”라고 표현하는 것도 나에게는 자연스런 표현이 아니다. 하긴 요즘 유행하는 ‘현타’라는 말을 나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해 두뇌에 정전이 일어난 적도 있다. 인터넷에 익숙한 이들이라 전 세계의 기발한 용어들과 희귀한 사례들을 능란히 끌어오는데 정작 한국어 사투리는 사전을 아무리 뒤적여도 모르겠다고 한다. “오두망질”이란 촌로의 말을 조금만 궁리하면 ‘우두..
일간신문들의 주말 서평란을 읽다가 깝깝해진다. 소개되는 책들도 자극이고 소개하는 기사도 자극이다. 단 그 자극들은 새로운 발견, 새로운 감각으로 인도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 지금 유행하는 것, 기대되는 것에 대한 찬양을 반복적으로 주입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것들이 신기하다고 주절대고 있다. 당연히 이 자극들에는 허위와 과장이 넘실댄다. 이런 경향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신문을 탓한다고, 기사들을 조목조목 따진다고 바뀔 수 있을까? 신문은 독자들의 수준과 그들의 취향의 추이를 정확히 반영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전반적인 변화인데, 그것은 사회적 분위기와 교육 풍토를 바꾸는 작업을 통해서만 할 수 있다. 지금처럼 모든 게 정치로 환원되는 세상에서 사람들의 정신적 향상을 기대하기란 난망..
제목만 보고 작품을 짐작한다는 것은 내가 글을 읽기도 전에 글쓴이의 삶을 알아봤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실제로 작품을 읽으면서 내 짐작을 확인하게 되면, 거기에 어떤 따끈한 드라마가 있든, 화려한 수사가 있든, 심지어 다채로운 굴곡이 있다 하더라도, 나는 그 작품을 읽을 이유를 얻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다. 글쓴이가 더 이상 변화하고 있지 않다는 걸, 다시 말해 동면중에 하품을 하고 있다는 걸 문득 깨닫는 순간이다. 아마도 그건 내 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때때로 그런 막다른 골목 앞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쓸쓸한 일이다.
스타트랙Star Trek이 요 몇 년 간 연속적으로 영화화되면서 진 로덴베리Gene Roddenberry가 본래 이 '과학의 인간적 모험 이야기'에 부여했던 정신이 심하게 훼손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올해의 버전 'Star Trek Beyond'는 그저 전쟁영화의 S/F적 번안에 불과할 뿐더러, 개연성도 거의 없는 황당한 스펙타클로 가득차 있다. 2013년의 'Star Trek into Darkness'가 S/F의 핵심적 정신인 '프론티어'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요구했던 것에 비하면 이문(利文)속으로의 무참한 추락이다. 그런데도 IMDB의 평점은 7을 넘어서고 있다. 그곳도 수년전부터 가속화된 엔트로피의 정도가 이제 위험수준에 도달한 것 같다. 대중이 참여하는 공정한 문화 평가 공간은 아직 불가능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