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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김종철의 『못의 귀향』(시학, 2009)은 기본적으로 이야기의 세계이다. 이야기는 대체로 옛날의 신산한 삶을 애틋이 회상하는 일을 한다. 그 점에서 이야기는 위로와 용서, 거둠과 정돈의 역할을 하는 것, 다시 말해 격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삶을 넉넉히 받아들이게 하는, 통풍 잘 되는 바구니 같은 것이다. 독특한 것은 그의 이야기가 은밀하게 두 이야기로 겹쳐져 있다는 것이다. ‘삶 이야기’와 ‘말 이야기.’ 그것은 그의 ‘삶 이야기’가 충분히 다스려지지 않는 데서 나온다. 즐겁게, 흔감히 추억하지만 뭔가가 못에 걸린 듯 떨어져 그 스스로 못이 되어 몸의 어느 구석을 슬그머니 찌른다. “못의 귀향”은 ‘못의 귀환’이다. 가령, 식구들이 “밤새 잘 발라 먹은 닭뼈”라든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그렇..
1.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정현종 시인은 신천옹이다. 넓은 의미에서 모든 시인이 그러하지만 정현종 시인은 특히 그렇다. 그 증거는 그의 시에 있다. 그는 한국의 대부분의 시인들이 고통을 토설할 때에 행복을 노래하고, 그럴 권리를 거듭 주장하였다. 그것은 그가 낙원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2. 정현종이 전하는 낙원의 기억은 그러나 인간의 언어로 발설될 수가 없고 인간의 지능으로 해독되지 않는다. 그것을 전달하는 매질은 언어이되 언어의 형태로서가 아니라 천상적 삶의 물질적 실물들로서 나타난 것들이다. 천상적 생의 형상이란 삶의 적나라하고 구체적인 실상으로부터 오는 실감을 담았으되 그것들을 담뿍 소화하여 맑게 정화하는 운동 그 자체로서 드러난다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그것은 곧 가장 깊이 드나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