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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우선, 내가 ‘죽비소리’의 근본 취지에 호감을 갖지 않았다면 이 반론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밝혀야겠다. 그만큼 채호기 시집 『밤의 공중전화』에 대한 죽비소리의 서평(97년 9월호)은 서평이라기보다는 상스런 욕설을 방불케 해서 여간 실망이 큰 것이 아니었다. 비평이 아닌 비난은 본래 논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나 자신에 대한 것이 아닌 비난에 대해 반론을 쓰기로 결정한 것은 죽비소리의 바른 방향을 서평위원들이 재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비평이 상업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고 있는 암울한 분위기에서 비평의 풀무가 되기를 자처한 이 ‘죽비소리’가 비평의 ‘비판성’을 의도적으로 과장한 만큼 더욱 더 논리의 기본틀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 틀은 비판이 방뇨의 ..
「순간에 대한 숙고, 그리고 회환(回還)」, 「몸의 언어로 시쓰기」, 그리고 「청동 방패를 바라보는 두 가지 방식」이 읽을 만하였다. 읽을 만했다는 것은 텍스트 분석이 비교적 적확하고 해석에 설득력이 있었다는 뜻이다. 윤대녕의 최근 변모를 다룬 「순간에 대한 숙고, 그리고 회한」은 윤대녕의 특이성으로부터 출발하여 그 독특성으로부터 불가피하게 발생한 모순 그리고 그 모순을 돌파하기 위해 작가가 보여준 새로운 ‘기투’의 역정을 썩 일관된 체계로 짜 놓았다. 다만 이 체계를 가능케 한 관점은 상식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즉 초월에 눈뜬 자는 현실에 깃들 자리를 찾지 못한다는 것. 그것은 꽤 단단한 상식이지만 문학은 언제나 그 상식 너머로 건너간다는 것을 필자가 유념해주길 바란다. 실은 삶 또한 그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