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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성귀수가 발레리의 "Le vent se lève!"를 "바람이 일어난다!"로 번역한 것(폴 발레리, 『바람이 일어난다! 살아야겠다!』, 성귀수 옮김, 아티초크 빈티지, 2016)은 의표를 찌르는 참신한 생각의 소산이다. 발레리의 이 시에 도전한 지금까지의 번역들은 모두 다음 문장 "Il faut tenter de vivre!"에 고심해 왔다. "Le vent se lève!"를 거의 자동적으로 "바람이 분다!"로 읽은 반면, 후자의 문장에 대해서는 그에 걸맞는 한국어 문장을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tenter de"가 문제였다. "Il faut vivre!"라고 했다면, 간단히 "살아야한다!"로 번역하면 된다. 그러나 영어로 "try to"와 비슷한 뜻의 "tenter de"가 앞에 끼어들어감..
지난 해 11월 14~18일 기간에는 문학의학학회의 손명세 교수 부부와 이병훈 교수가 나의 외로움을 달래줄 겸해서 방문하였다. 그 분들과 함께 근처의 몇 군데를 구경 다녔는데, 17일에는 유럽 최초로 의료 교육기관이 설립된 몽펠리에Montpellier(바로 여기가 라블레Rabelais가 의사 수업을 받은 곳이다)를 거쳐 발레리Paul Valéry의 「해변의 묘지La cimetière marin」로 유명한 세트Sète로 갔다. 당연히 해변의 묘지에 가서 발레리의 시구를 음미해보고 싶어서였다. 세트는 육지 안으로 깊숙이 파인 내해에 작은 배들이 빼곡 들어차 있어서, 마을 사람들이 자주 바다로 놀러나간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예전에 에릭 사티Erik Satie가 태어난 옹플뢰르Honfleur에 갔을 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