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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아래 글은 동인문학상 제 52회 2021년 6월 독회의 심사의견으로 제출된 것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도 싣는다. 우리 집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나이에 “아직도 고3수험생처럼 사느냐”고 핀잔을 맞곤 하는 사람이 있다. 워낙 바탕에 갖춘 게 없어서, 열심히라도 하지 않으면 뭔가 늘 부족한 듯한 느낌에 사로잡혀 불안해지니 쉼없이 몸을 놀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무언가 끊임없이 만들어내긴 하는데, 그 중 대부분은 쓸모가 없어서 방치되어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 슬그머니 버려진다. 그가 그렇게 사는 건, 그렇게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살 수밖에 없기 때문. 뜬금없이 사생활의 못생긴 조각을 들추어낸 건, 구병모의 소설을 읽다가 뭔가 유사한 점을 발..
윤혜준 교수의 『바로크와 '나'의 탄생 - 햄릿과 친구들 』(문학동네, 2013)은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윤교수의 드넓은 교양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바로크와 나를 연결시키는 그 아이디어가 계발적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윤교수와 주고 받은 서신의 내용이다. 윤혜준 교수님, 보내주신 책, > 잘 받았습니다. 바로크 시기에 '나'의 탄생을 보신 것은 매우 흥미로운 착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나'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분열'이 있어야 했다는 점에 착목한다면 윤교수의 관점은 매우 시사적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로서는 '나'의 탄생을 '근대'라는 '존재양식'의 태동과 연결시키는 편인데, 그 근대는 시기적으로는 아주 다양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산업혁명기일 수도 있고 르네쌍스기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