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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노향림의 「어떤 개인 날」
어떤 개인 날 낡고 외진 첨탑 끝에 빨래가 위험하게 널려 있다. 그곳에도 누가 살고 있는지 깨끗한 햇빛 두어 벌이 집게에 걸려 퍼덕인다. 슬픔이 한껏 숨어 있는지 하얀 옥양목 같은 하늘을 더욱 팽팽하게 늘인다. 주교단 회의가 없는 날이면 텅 빈 돌계단 위에 야윈 고무나무들이 무릎 꿇고 황공한 듯 두 손을 모은다. 바람이 간혹 불어오고 내 등뒤로 비수처럼 들이댄 무섭도록 짙푸른 하늘. (in 『후투티가 오지 않는 섬』, 창작과비평사, 1998) 시를 읽다가 눈앞이 하얗게 비워질 때가 있다. 필설로 다할 수 없는 것과 문득 마주쳤을 때다. 「어떤 개인 날」은 감히 마주볼 수 없는 신의 표정을 그려 보여주고 있다. 그 표정은 위태롭고 슬프고 맑다. 위태로운 것은 인간들이 참된 삶을 버렸기 때문이다. 그 때부터..
울림의 글/시 한 편 읽기
2011. 8. 13. 2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