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얼음의 도가니 (2)
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아래 글은, 「얼음의 도가니」가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일을 계기로 「문학사상」에 발표한 것이다. 나는 「얼음의 도가니」에 대해서 이미 월평을 쓴 바 있다. 짧은 글이었지만 거기에서 핵심적인 주제는 이야기되었다고 생각한다. 되풀이를 피하는 대신 나는 이 작품의 초두와 말미에 울려 퍼지는 개짖는 소리에 대해 분석, 아니 짧은 지면에 분석의 모든 것을 쏟아넣을 수는 없을 테니 그냥 두어 마디 하고자 한다. 그 두어 마디는 그러나 월평에서 한 얘기의 내용적 보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시 읽으면서, 나는 맨 처음 해석을 조금 수정하게 되었다. 다시 쓴다는 것은 달리 쓴다는 것이다. 내가 개짖는 소리를 분석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그것이 이 작품을 열고 비틀고 닫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야기의 ..
최수철의 「얼음의 도가니」(『문학과 사회』 1993 봄)는 아주 흥미로운 소설이다. 주인공 임휘경은 “나는 나를 용서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기묘한 화두에 발이 묶인 사람인데, 발 묶인 곳은 진평이라는 겨울 휴양지이다. 그는 육체의 감금을 대가로 한 편의 소설을 쓰려고 한다. 물론 소설의 주제는 육체의 감금이다. 나-그로 지칭되는 소설가 임휘경은 그가 세 개의 신분을 가진 인물임을 보여준다. 그는 작가 최수철의 분신일 수도 있으며, 이야기의 화자이기도 하고, 사건의 주인공일 수도 있다. 작가의 분신으로 읽을 때, 「얼음의 도가니」는 그의 이전 소설의 극복과 관련된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세밀 묘사에 대한 집착이 사라졌으며, 제재가 다양해지고 제재들 간의 기능적 연관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변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