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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본심에 올라 온 여섯 편의 소설을 읽으면서,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았다고 말할 수도 있고 그 거꾸로 말할 수도 있겠다는 야릇한 느낌에 빠졌다. 착상과 구성은 전자에 속했고 전개와 마무리는 후자에 속했다. 제재를 거의 엇비슷하게 극빈 혹은 비정상적인 삶에서 취해 온 것은 오늘의 사회와 문화를 반영하는 것인지 아니면 소설적 영감의 고갈을 가리키는 것인지 가늠하기가 아리송했다. 포장이사 직원과 버림받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쓴 임택수 씨의 「짐」은 소재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에 비해 사건이 밋밋하고도 작위적이었다. 여죄수들의 동성애를 다룬 이숙희 씨의 「등나무 여자」는 생각의 흐름을 꼼꼼히 따라간 끈기가 돋보였으나 말씨와 어법이 서툴러 긴장감을 주지 못했다. 강인 씨의 「영희는 죽지 않는다」는 화끈한 살인극, 아니 ..
사회성의 회복 김이설, 환영, 자음과 모음, 2011, 195쪽, 10,000원 요 근래의 한국 소설에 의미심장한 변화가 보인다면, 그것은 1990년대 이래 희미해져 가던 사회성을 회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20년 동안 한국소설은 개인성의 정원에서 화려하게 피었다. 공동체에 대한 의식이 있긴 있었는데, 대체로 가족과 친구의 둘레에서 그쳤다. 개인성 바깥에서 많은 작가들은 가깝거나 먼 역사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마치 현대 사회에는 문제가 없는 듯이 말이다. 고 박완서·이청준 선생을 비롯한 몇몇 노장 소설가들만이 사회성을 간신히 지키고 있었다. 그랬는데 2000년대 말부터 젊은 신진작가들에 의해서 사회가 다시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백수와 루저에서 시작하다가 차츰 룸펜 프로레타리아를 거쳐 산업 노동자의 세..